자작시 - 멍청이가 되어가는 이유

2013. 11. 6. 01:28

그리워 그리워하다 멍청이가 되어버렸네

멍청이가 되어가는 이유는 어째서 일까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며 떠올리는 이유 때문이여서 일까


잊는다면 정말로 멍청이가 된다.

잊지 않는다면 들멍청이가 된다.


잊으려 애쓰고 애쓰다 잊지 못하게 되고

둘도 없는 멍청이가 되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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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 듣습니다.

2013. 11. 6. 01:27

듣습니다.


제 옆을 지나가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순박한 머릿내음 제 가슴에 스며듭니다.

뒤돌아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싶지만

용기가 안나 그리하지 못합니다.


나는 그대의 뒷모습을 알지 못합니다.

오로지 당신의 머릿내음과 귀여운 볼만 머리 속에 가득참니다.


오늘도 당신의 목소리에 귀기우립니다.

듣습니다.


당신이 제 이름을 불러줄때까지

저는 오직 당신의 입만을 들을 것입니다.

윤동주 - 쉽게 씌어진 시

2013. 11. 6. 01:25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194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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