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 한트케 - 아이의 노래

2013. 11. 6. 01:24




아이의 노래 - Peter Handke

아이가 아이였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다 
냇물은 하천이 되고 
하천은 강이 되고 
강도 바다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였을 때 자신이 아이라는 걸 모르고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 대한 주관도, 습관도 없었다 

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사진 찍을 때도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없을까? 
간은 언제 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태양 아래 살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조각은 아닐까? 
악마는 존재하는지, 악마인 사람이 정말 있는 것인지, 
내가 내가 되기 전에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나일까?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만 나일 뿐인데 그것이 나일 수 있을까.. 

아이가 아이였을 때 
금치와 콩, 양배추를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것을 잘먹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낯선 침대에서 잠을 깼다 
그리고 지금은 항상 그렇다 

옛날에는 인간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옛날에는 천국이 확실하게 보였지만 
지금은 상상만 한다 
허무 따위는 생각 안 했지만 
지금은 허무에 눌려 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놀이에 열중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열중하는 것은 일에 쫓길 뿐이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사과와 빵만 먹고도 충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딸기만 손에 꼭 쥐었다 
지금도 그렇다 
덜 익은 호두를 먹으면 
떨떠름했는데 지금도 그렇다 
산에 오를 땐 더 높은 산을 동경했고 
시에 갈 때는 더 큰 도를 동경했는데 지금도 역 그렇다 
버찌를 따러 높은 나무에 오르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어릴 땐 낯을 가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항상 첫눈을 기다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막대기를 창 삼아서 나무에 던지곤 했는데 

창은 아직도 꽂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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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톤먼트

영화 2013. 11. 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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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이사"라는 의미

2013. 11. 6. 01:17

시골에서 서울로 이사가는 가족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가는 가족

넓은 집에서 좁은 집으로 이사가는 가족

방 세개에서 방 네개 인 집으로 이사가는 가족

가족이 늘어 큰 집으로 이사가는 가족 . 가족이 줄어 작은 집으로 이사 가는 가족

세상 모든 가족들이 이사를 하며 땀을 흘린다. 편안하고 누워자기 좋던 집을 떠나서 적적하고 어색한 새 집으로 우리들의 물건들을 들여 놓는다. 

정들었지만 쓸모없고 볼품없어진 물건들을 조금의 망설임과 함께 버리고 새 집에서 함께 할 물건들을 챙긴다. 그렇게 이제는 옛집이 될 집을 뒤를 돌아 한번 보고 예전 고마웠던 물건들도 한번 생각한다. 그리곤 다시 앞을 돌아 우리 가족들이 앞으로 살아갈 집으로 걸어나아간다. 그리곤 다짐하게된다 몇년 동안 이 집에서 감사히 행복하게 살았듯이 앞으로의 집에서도 화목하게 함께 늙어가자

앞으론 이 곳이 우리 가족들이 모여 밥을 먹고 눈물 흘리고 티비를 보고 웃고 출퇴근을 하면 모일 곳이다. 

하루 반나절이 지나고 가구 놓을 자리를 지정하시던 어머니는 걸레질을 하며 방을 훔치시고 나와 함께 무거운 가구를 옮기시던 아버지는 강아지와 함께 주무시고 하루종일 뾰토롱해져 기분 안좋았던 누나는 여고시절 졸업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나는 내 방에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며 이 글을 써본다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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