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장이

2013. 11. 6. 02:51
오늘도 시간은 흐른다 째깍쨰깍 내 주변엔 온통 시계뿐이다. 전자시계부터 손목시계 금시계 모래시계 등등.
그냥 앉아서 시간을 흘려보낼뿐이다. 시곗바늘들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단지 앉아 손님이 오기 만을 기다릴뿐. 
창문밖 사람들을 응시한다. 그때 검은 흑발에 붉은 립스틱의 한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온다. 내게로 온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 이 시계 고칠수 있어요?"
Dh.SH 라고 써져 있는 회중시계는 딱봐도 관리가 안되어있는 고급 은시계이다.

"잠시만요 좀 살펴보죠"
내가 그녀에게 말을 했다.

그녀는 초록 가죽장갑을 뺴려는 순간 시간이 멈춘다.
 
"시계는 문제가 없네요 단지 건전지가 다했을뿐이예요"
나는 시계장이다. 내가 시계를 고치려 건들때마다 이 시곗방의 시간들은 멈춘다.  그녀역시 멈춘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 동공, 침 ,땀 들마저 멈춘다. 하지만 시계들은 잘도 간다.

"그럼 그걸로 됬어요 시계만 멀쩡하면 되거든요.. 그럼 이만"

그녀는 아주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그녀가 나가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 의자에 앉았다. 이 넓디 넓은 공간에서 나는 시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있다.
그녀가 궁금하다. 새롭다. 알고싶다. 하지만 나는 시계장이일뿐 그녀의 마음을 멈출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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