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정류장에서

2013. 11. 6. 02:52

나는 31살의 청년이다. 지금은 서울에 입원해 계신 어머니를 대신해  시골집에서 가져다달라고 부탁하신 물건을 가지러 이곳에 와있다.

물건을 챙기고 고속버스를 타러 시내로 나가기위해 정류장에서 혼자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프신 어머니 걱정에 다른 것들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어머니 생각뿐이다.
이때 멀리서 사람 한명이 보인다. 하늘색 블라우스에다 그 위에 파란색 가디건을 입고 챙이 긴 하얀색 모자를 쓰고 있는 소녀가 보인다.
 이곳에 사는 것 처럼 보이는 꼬마아이가 쭈삣쭈삣 내게 다가와서 무언갈 말하려고 하다 다시 되돌아간다. 이러기를 몇번이고 반복한다.
나도 평소 같은 기분 이였으면 꼬마아이에게 먼저 말을 건냇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아이를 신경쓰지 않고  나는 다시 묵묵히 깊은 생각에 빠진다. 어머니가 세상에 안계실 그 다음을 말이다.
어느샌가 아까 보이던 꼬마는 온데간데 없이 보이지 않는다 . 그러다 몇분 후에 꼬마아이는 직접 길에서 꺽은듯해 보이는 안개꽃,맨드라미 따위의 어설픈 잡초들을 한손에 쥐고 내게 다가와 수줍게 말을 건다.
"저기.. 저어 아저씨, 동전 몇 개 좀 주실수 있으세요 ? 만약 주신 다면 이 꽃들을 드릴게요"
나는 이런 순수한 아이를 처음 만나게 되어 놀라우면서도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론 귀찮아 질까봐 그냥 천원짜리 한장을 주곤 꽃은 받지 않겠다고 하였다.
소녀는 내가 준 천원을 받아들곤 내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고개를 푹쉬이고 땅에 닿지 않는 두다리를 허공에서 번갈아가며 휘저으며 혼자서 작은 소리로 혼잣말을 해댄다.
나는 하던 걱정을 잠시 접고 귀를 귀울이며 들어본다.
"얘 꼬마야 혼자서 뭐하니 ?"
소녀는 내 말을 들었지만 대답이 없다.
아이는 꽃을 당연히 받아줄거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그렇지 안았기에 적잔이 실망한 눈치였다,
"꼬마야 내가 이 꽃을 받아도 되겠니?" 내가 조심스레 말을 하니 소녀가 바로 꽃들을 내게 내밀며 웃어주었다.
"나는 아직 초등학생이라 요금을 육백원만 내면되요 천원까진 필요가 없어요"
"그럼 너가 거스름돈을 받고 내게 다시 주면 되지 않겠니?"
"하지만 저는 손이 작아서 동전들을 두손으로 잡지 않으면 떨어뜨릴까 불안해해요 그런데 아저씨가 내 꽃을 받지 않아서 한손으로 어떻게 동전을 쥐고 있을까 걱정 이었어요" 소녀 하얀이를 내보이며 맑에 웃는다.

소녀는 한손에 꽃을 들곤 작은 손으로 동전 몇개들을 쥐고 흔들리는 버스를 타다 동전을 떨어뜨릴까봐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이번엔 소녀가 내게 묻는다.
"아저씨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셨어요?"
순간 흠칫했다. 나는 이미 이 소녀에게 마음이 열린것 같은데.내가 가장 소중히 아끼고 생각하는 것을 과연 이 순수하지만 처음 만나는 소녀에게 말해줄수 있을까 그래도 이 소녀에게 만큼은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뜸을 들인뒤 말해주기로 했다.
"으음.사실 아저씨의 엄마는 매우 아프셔서 병원에 누워계신단다. 엄마가 옛날 사진들을 보고 싶어 하셔서 엄마집에서 사진집을 가지고 갈려는 중인데. 엄마 걱정을 하고 있었단다."

소녀는 아까완 달리 내 말을 듣곤 웃지 않고 진지하다. 슬픈 표정이 조금조금씩 묻어나오는 듯 하다.
 "슬프네요, 아저씨네 엄마가 빨리 낫기를 기도 할거예요. 버스가 올 동안 사진 좀 봐도 될까요?" 소녀가 힘내라는 듯이 웃으며 내 걱정을 덜어주려 노력하는게 보이는게 참 귀엽고 그런 소녀가 고마웠다.
소녀와 나는 버스를 기다리며 앨범의 첫 장을 펼쳤다.
사진 속에는 내가 어렸을적 이 소녀처럼 엄마와 함께 꽃을 들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나와는 달리 지금 나는 울상을 지으며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이다.
왜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간직하지 못했었나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오늘 여기 이 시골버스정류장에서 이 소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내 후회는 더 나이들어 하게 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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