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그녀

2013. 11. 6. 02:13



오늘도 동녘 창문밑에 머리를 두고 자는 나는 햇살이 내 눈을 건드리며 잠을 깨워준다.


'오늘은 꼭 퇴근 하면서 커튼을 사야지'

그렇게 속으로 해놓곤 아침에 처음 맞는 햇살이 썩 나쁘진 않다

씻고 밥을 차려먹고 출근을 한다.

출근길. 옆집사는 커튼가게 아가씨가 내게 또 인사를 할것이다.
그녀는 갈색 긴생머리에 파란스웨터를 자주 입곤 귀여운 얼굴이지만 슬픈 인상을 띄고 있다. 하얀얼굴에 화장없이 맑고 청아하다.
그녀를 보는 1초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싶다. 저장해서 간직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라는 인삿말에 더 붙는 문구도 없다 그냥 단지 인사가 다일 뿐이다.
누가 언제 처음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먼저 했는진 나도 모르겠다. 언젠지도 모르게 그녀는 내 옆집에 이사와 살고있었다. 
그래도 소심한 내가 먼저 인사했을리는 없고 정확하진 않지만 그녀가 내게 먼저 인사를 건넷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 아가씨를 처음 만난 기억이 없네'
언제 부터였나 그냥 인사하고 지내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7시 퇴근을 한다. 특별히 들릴 곳 없이 커튼가게를 지나쳐 집으로 갈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집앞 커튼가게 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곤 금새 지나쳐 걷고 있다. 그런데 뒤에서 그녀가 날 부른다.

"퇴근 하시나봐요"
"네 집에 가요"
"저도 지금 가게문 닫고 집에 가는데 같이가요. 좀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

인사만 하던 그녀와 처음으로 인사와 다른 대화를 했다. 의아한 요청에 잠시 멀뚱해하던 나는  질문을 던진 그녀에게 빨리 답을 줘야겠단 생각에 
"네"하고 대답하였다.
5분이 흐르고 10분이 걸려 그녀는 커튼가게의 문을 잠그고 내 옆으로와 같이 걷게 되었다.

그리곤 어색하게 침묵이 흘렀다.

'뭐라 먼저 말을 해야하지?. 정말 모르겠다. 이 여자가 옆집살고 커튼가게를 하는 거 말곤 아는게 정말 하나도 없는데'
이러다간 어색한 침묵에 빠져 헤어나올수을 만큼 걷잡기 어려울 것 같아 무슨말이라도 꺼냈다.
 
"오늘은 일찍 가게문을 정리하시네요"
"내일은 쉬는 날이니까요"

그리곤 다시 침묵 서로가 어색한 것도 포기 했는지 더이상 뭐라 말할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싶었다.
어느덧 각자의 집까지 도착을 했곤 짧은 헤어지는 인사를 주고 받곤 집으로 들어왔다.

텅빈 집안 오늘 따라 내 집이 어색하다. 오히려 말없이 그녀와 걸었던 길이 친숙하고 익숙했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서 어색했지만 편안했던 느낌이었다.

다음날 점심 누군가의 방해 없이 주말늦잠을 실컷잤다. 깨어나보니 집안이 환하지 않고 어두컴컴하다. 냉장고문을 열어 간단하게 식사를 하곤 티비를 보러 거실로 간다. 그때 내방의 창문을 보니 커튼이 쳐저있다. 누군가가 내방에 들어왔었다.
그때 누군가 대문을 두드린다. 나가보니 어제 그 옆집 아가씨다

"계세요 ~?"

잠시 고민과 걱정과 혼란이 닥친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몹시 심란하다. 

이내 조용하다. 갔나보다. 하지만 왜인지 몰라도 내 손은 문고리에 언혀있고 문을 열고야 말았다.
"휴일이라 방금 일어나서요 .. "

"아네."

자기 집으로 들어가려던 그녀가 내게 뜸들이며 말한다.

"저 . 혹시 죄송한데 형광등 좀 갈아 주실 있으세요 ?"
거절할수가 없다.

그녀의 집에 처음으로 들어와 본다 . 그녀의 방문이 열려져있다. 창문엔 아까 내방에 누군가 설치해준 커튼과 똑같다. 순간 잠시 잊었던 소름이 다시 돈다. 혈액순환도 잘되지않고 공기가 무거워진다.

"여기 의자.."

정신 바짝차리고 경계하면서 빨리 갈아주고 나와야 겠다.

의자가 낯이 익다. 시계또한 탁자 . 이불 뭐 하나하나가 내겐 익숙했다. 
' 왜 그렇지 ?' 

의자를 밟고 올라가 형광등을 간다. 다섯번의 시도에도 되지 않는다.

그녀가 부엌에 간다. 그 사이 형광등이 부셔질만큼 급하고 막무가내로 껴맞추려 애쓴다. 더 잘 되지 않는 듯하다.

"잘 안되나봐요 ? 음료 좀 드시며 하세요"

"아네 감사합니다. 금방되요"

그리곤 몇번의 시도를 더 해보지만 맞지 않는다. 머쓱해하며 의자에서 내려와 탁자위에 놓인 음료수를 건네 마신다. 쟁반, 컵  또한 내겐 또 익숙하다. 이 여자의 거의 모든것이 내게 처음이 아닌듯하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일어나 의자에 올라가선 몇번의 시도 끝에 형광등을 갈아 껴놓는다.

"됬다!"

'뭐지 이 여자 이렇게 능숙하게 잘끼면서 나는 왜 부른거지?'

당황해하는 나에게 여자가 진정하라는 눈빛을 지으며 천천히 내 앞 의자에 앉는다.

"많이 당황하시고 놀라신거 저도 잘 알아요 제가 해드릴 말이 있어요. 현수씨 방에 커튼 친거 저 맞아요"

깜짝놀라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당신 누구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뭐하는 사람이야"

"진정해요. 사실을 말해드릴게요. 현수씨 기억잃기전에 나랑 같이 이 집에서 함께 살았었어요 우리 둘이 사랑했었어요. 기억을 되찾아 주고 싶어요"

"내가요?"

"현수씨는 남자가 되서 형광등도 하나 못간다고 내가 자주 놀리고 그랬어요."
그녀가 울먹인다. 

그녀는 내게 소중했었다. 내가 다치기전 내 1초 하나하나가 그녀의 것이였다.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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